곤충의 격감으로 인한 새와 꽃들의 멸종, 기후온난화, 숲의 변화, 가축의 매탄가스, 현생 인류의 엄청난 소비, 인류가 지구에 남길 화석, 닭뼈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시간은 제 편이예요. 인류새의 대표화석은 제 뼈가 될 거예요."(치킨)





최근 미 학술원회보(PNAS)에 수록된 논문에 따르면, 남미 푸에르토리코의 열대우림 산림지역의 곤충의 무게와 개체수가 크게 줄고 포식자인 양서류의 개체수도 덩달아 격감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지역의 온도가 30여년간 평균 2도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기후온난화가 곤충 멸종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5일 공개된 <Climate-driven declines in arthropod abundance restructure a rainforest food web>(Bradford C. Lister and Andres Garcia)는 푸에르토리코의 ‘루킬로 숲’을 대상으로 실시한 1977년 조사결과와 2013년 조사결과를 비교분석했다. 이 지역은 1930년대부터 보전돼 왔고, 1970년대 이후 농약 사용량도 80% 가량 감축됐기 때문에 곤충을 격감시킬만한 별다른 변수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원문]

http://www.pnas.org/cgi/doi/10.1073/pnas.1722477115

 

1977년 이후 36년이 흐르는 동안 곤충의 중량과 개체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곤충 및 벌레를 주식으로 하는 조류는 90%나 격감하고 도마뱀과 개구리 등 양서류도 30% 가량 줄었다. 어떤 새는 99%가 줄어 멸종위기에 처했다.



 

1970년 12월31일이었던 ‘생태환경 초과일’이 2018년 8월1일로 이미 지나가버렸다. 이날 이후 쓰는 자원은 미래에 사용할 것을 외상으로 가불로 앞당겨 쓰는 것이다. 미래세대는 몇 달 남지 않은 ‘생태환경 초과일’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요즈음 지구인이 평균적으로 소비하는 에너지는 과거에 비해 4천배가 넘기 때문이다.



 

인류의 소비에서 에너지만이 아니라 가축 등 음식, 그리고 플라스틱을 이용한 각종 포장 및 소비재도 중요하다. 잘라시비치 영국 레스터대 교수는 ‘인류세(Anthropocene)'를 대표하는 화석이 닯뼈가 될지도 모른다고 조소한 적이 있다. ‘인류세’의 화석은 인간의 뼈가 아니라, 닭의 뼈와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캔이 압도하면서 ‘치킨플라미늄세’라는 별칭이 생길지도 모른다.


(왼쪽 플라스틱 쓰레기섬은 한반도의 7배, 오른쪽 플라스틱 쓰레기섬은 미 텍사스주의 2배에 달한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현 시대의 대표 화석이 ‘닭뼈’가 될 수도 있다”고 정색하고 있다. “치킨은 살 안쪄요. 내가 쪄요.”라는 기발한 광고는 "인류세 화석은 인간 뼈가 아니예요. 제 꺼예요.”라는 묵시록으로 바뀌어야 할 지 모른다.





지난 2015년 <Science Adavances Journal>에 수록된 보고서도 "지구는 6번째 동물 대멸종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Background(기준치)는 척추동물이 인간의 영향 없이 '자연적 원인'으로 감소하는 비율/IUCN, 2012)

 

미국 스탠퍼드, 프린스턴, UC버클리 공동조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척추동물이 다른 생물체보다 114배나 빠르게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동물에 속하는 인간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인간이 출현하기 전에는 백년 동안 1만개 종(種, species) 가운데 2개 종이 멸종했지만, 지난 백년간 척추동물의 멸종 속도가 114배나 빨라지고 400종 이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지난 5백년간 인류의 행동이 포유류, 어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 척추동물의 멸종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려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지난 2백년간 종의 손실이 두드러지게 가속화됐다는 명백한 징후를 발견했으며, 지구에 생물체가 출현한지 35억년이 지나는 동안 6번째 대멸종(great mass extinction event)이 시작됐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구의 해저에 액체상태로 안정화돼 있던 거대한 메탄지대가 대폭발하면서 대멸종이 왔다는 학설도 있다) 

 

6번째 대멸종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삼림파괴 등이 지목되고 있다. 환경보전론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경감시키는 노력과 함께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 즉 서식지 감소와 남획에 인한 개체수 감소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농작물의 수분, 물의 자연적 정화, 바다식품에 이르기까지 ‘생물다양성’(biodiveristy)에 의존하는 인간이 동물멸종을 가속화시켜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행기와 리벳’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비행체의 부분을 연결하고 고정시키는 리벳(rivet/영구고정못)이 몇 개 빠져도 비행기는 날 수 있지만, 리벳이 계속 빠진다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생물다양성은 ‘지속가능한 지구’의 핵심적 지표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인간은 수세기 동안 지구 생물권에 거대한 쇠뭉치를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제품생산과 서비스를 위해 생물다양성을 팔아 먹고 있다는 비유도 나온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에 따르면, 최소한 50종의 동물이 매년 멸종에 근접해 있고, 양서류 약 41%와 포유류 26%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의 어마어마한 실험

호주 맥쿼리대학 존 앨로이 교수는 2010년 <Science>지에 수록된 보고서에서 세계전역 10만여개에 달하는 화석을 수집하여 ‘대멸종’으로 사라진 해양 생물의 운명을 추적했다. 앨로이 교수는 “과거라면 적응했을 법한 생물체들이 지금은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일부 해양생물의 멸종은 주요 생물체 군집 간의 균형을 전복시켜서 지구표면 70%를 차지하는 해저(sea floor)에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멸종의 시기에는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면서, “인간이 자연에 대해 총체적으로 어마어마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새로운 대멸종’은 1~5차 대멸종과 같이 메탄가스, 빙하, 유성충돌과 같은 ‘하나의 결정적 재앙’이 아니라 다양하고 누적된 요인이 작용한 결과일 것으로 보았다. 기후변화, 인구팽창, 비료, 살충제, 제초제 및 이로 인한 돌연변이, 광범하고 다양해진 공해, 산림파괴 및 사막화 등이 대멸종의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해양 지질생태학자 코핀이 “인류가 향후 240년에서 500년 사이에 ‘대멸종’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240년이 경과하는 동안 지구의 종 가운데 75%가 박멸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옛 소비에트정부는 목화산업을 위해 아랄해(세계4대 담수호수)로 흐르는 물줄기를 바꿔 이 곳에 ‘급속한 사막화’를 야기했다. 물고기가 놀던 자리를 소가 지나가는 모습은 지구 생태계에 가하는 ‘인간의 어마어마한 실험’을 상징하는 묵시록적 풍광이다.


인간은 ‘먹을 수 있는 가축’, ‘데리고 놀 수 있는 반려동물’, ‘구경할 수 있는 동물원과 수족관'만 있으면 된다는 오만과 "사라지는 동물은 DNA로 복제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른다. 


북극 곰과 여우, 코뿔소와 일리 피카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포켓몬의 '피카추' 모델이었다는 일리 피카(ili pika, 왼쪽 끝)는 토끼과에 속하는 포유류이지만 인간에게 알려진 것은 불과 30여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20년간 발견되지 않다가 최근 그 모습이 포착돼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이 동물은 팬더보다 더 심각한 멸종 위기종에 속한다.


벵갈 호랑이도 개체수가 2,500마리에 불과해 멸종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극 곰, 코뿔소, 각 지역의 여우 등은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들이지만 모두 장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개체수가 격감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출현하거나 발견된 일리 피카, 분홍 빛 문어(오른쪽 맨끝), 핑크 돌고래 등은 반짝 나왔다가 사라지는 ‘까메오(cameo)’에 불과할 지 모른다.

 

 

 


인간은 최소한 지난 수백년 동안 지구를 무한한 ‘자원의 창고’이자 ‘쓰레기 투기장’으로 삼았다. 지구의 다른 생물종은 인간에게 무언가를 공급하는 도구적, 소모적 존재에 불과했다.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나사가 하나 둘 풀려 나가듯이 우주의 궤도를 항해하는 ‘지구호’에서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생물학자들은 인류가 스스로 의존하는 생태계를 위기에 빠뜨리고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지구'라고 못박았다. 인간사회는 기업의 책임, 정치의 책임이 '지구적 관점'으로 확장돼야만 지속가능하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지구는 생물다양성과 복잡성에서 우주의 어떤 별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행성이다. 깊어가는 가을 밤 지구행성은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궤도를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계절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곤충과 동물들이 사라지면서 지구가 중병을 앓기 시작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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