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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사회 악용하는 서해 5도 입학특례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한국은 학력과 학벌로 구성된 촌스러운 사회다.

모든 국민은 때때로 이 구조 안에서 대부분 피해자가 되고, 가끔 가해자가 된다. 피해자들은 억울함에 대한 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해자들은 가해를 하면서 자신도 역시 피해자가 된다. 자신이 가했던 일들이 자신의 자식에게 피해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 사교육 구렁텅이로 자식을 밀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대학 진학과 가장 관련있는 사회경제 함수는 아버지의 학벌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주지가 주요 변수가 된다. 이건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교육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면접할 때 구분하기 어려우니까 고등학교 이름이나 주소지만 보고 더 많은 점수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로스쿨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는 걸로 알고 있다. 몇 년 동안 경제전문가로 활동한 석사 미혼 여성은 떨어지고, 부자 남편을 둔 강남 사는 가정주부는 합격하는 걸 종종 보게 된다. 그나마 대학 입학 때라야 이런 걸 공공연하게 안 하지, 로스쿨을 비롯한 특수대학원 같은 것에서는 약간 황당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 같다.

로스쿨에 거듭 낙방하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조언이, 일단 주소지부터 도곡동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진짜?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의혹이 로스쿨 입학과 관련해서 공공연히 떠도는 얘기다.

고려대학교에서 고등학교 이름만 보고 입학 조건을 유리하게 해주었다는 풍문은 진짜로 확인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걸 시정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목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는다. 차별당한 사람만 억울할 뿐이다.

이런 택도 없는 일이 사회적 관행처럼 작용하는 것을 보고, 자식의 학력은 할아버지의 재력이 결정한다는 말들을 한다. 이미 귀족과 귀족 아닌 평민들이 싸늘하게 갈리면서, 당대에 돈을 벌어 사교육 레이스에 들어오는 것이 어려우니까 아버지의 재력도 아니고 할아버지의 재력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계급적으로 두 개로 분화하는 중이고, 아버지가 억대 연봉이라도 그것만으로는 촌스럽고 끈적거리는 현실적 차별을 피해 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이 불행한 것은 자칭 귀족행사 하는 사람들이 건국에 기여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벌 1세라서 경제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도 아닌, 그냥 땅투기 하고 아파트 투기한 내력으로 부자가 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일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귀족이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와 달리 사회적 책임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그걸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별로 없다. 축약하면, 한 번 투기로 성공하면 3대의 사회생활이 평온하다는 것이다.

연평도 사태 이후 서해 5도 거주민에게 정원외 대학 입학을 특혜로 주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한다. 특혜입학은 외교관과 같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가 2세가 정상적인 중등교육을 받기 어려운 경우를 감안해서 생겨난 제도다. 특혜는 확실한 특혜이다. ‘과외빨’로 대학 보내기 위한 최소 비용을 월 200만원, 그렇게 12년을 계산해보면 3억원 정도 된다. 혜택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확실한 혜택인 셈이다. 서해 5도에 거주하는 것을 외교관의 해외 거주와 마찬가지로 간주해 국가에 대한 기여로 환산해 주겠다는 조치인 셈이다.

철학적으로는 학벌의 경제적 가치를 국가가 공공연히 인정하는 꼴이고, 국방에 대한 민간인 기여도를 학벌로 보상하겠다는 기이한 조치다. 나쁜 철학이다. 우리는 학벌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기왕의 학벌을 접경지 국방의 보상으로 쓰겠다는 건 영 아니다. 학벌로 인간방패가 되는 걸 참으라는 발상, 참 기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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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박사의 응용경제학 ④] 언론 제역할 위해서는 시민 영역의 사회적 지지 필요해

▲ 수강생들이 우석훈 박사의 '응용경제학'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김동환 기자


" 종합편성채널에 응모한 언론사 중 한 곳의 사업계획서를 우연히 볼 기회가 있어서 일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3년 안에 자본잠식하게 되어있는 사업계획서를 썼더군요. 3년 안에 망한다는 거예요. 사실 그건 당연한 겁니다. 지금 언론들 주 수입원은 광고인데, 광고시장은 종합편성채널이 추가되기 전과 크기가 같고, 'KBS 수신료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국민들은 뉴스에 대해 자기 돈을 지불할 의사가 별로 없어요."

31일 <조선일보>(CSTV), <중앙일보>(jTBC), <동아일보>(채널에이), <매일경제>(MBS)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됐다. 거대 보수지의 방송 진출이 한국 언론계에는 어떤 지각변화를 낳을까?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박사는 "정부에서 종합편성채널을 무더기로 허용할 경우 해당 채널들은 3년 안에 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편채널들 수익내기 힘들어 생존 어려울 것"

우 박사는 지난 22일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정당과 언론의 경제학' 주제로 열린 '응용경제학' 네 번째 시간에서 논란이 된 종편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한 언론사만 지정해주면 그럭저럭 경쟁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개가 한꺼번에 다 종합편성채널을 만들면 같이 망합니다. 광고 수익을 맞출 수가 없어요. 이건 채널 위치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죠. 사람들은 보통 MBC랑 조선일보랑 싸우고 KBS랑 중앙일보가 근접한 채널에서 싸우는 구도가 될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지상파 근처로 가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 채널을 밀어야 하는데 그 채널들은 절대 밀리지 않거든요. 결국 YTN 근처에 채널이 정해질 것으로 봅니다. 호사가들은 정권이 바뀌면 조·중·동 채널은 500번 대에 있는 바둑TV나 여행, 낚시 채널 근처로 옮겨질 거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거의 안 보게 되겠지요."

우 박사는 "종합편성채널 관련해서 언론계 돌아가는 것을 보면 한국이 어쩌면 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거대 보수 언론들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알아서 지옥행 특급열차에 올라탄 셈"이라고 말했다.

몇몇 대기업이 특정 언론사 방송에 광고를 '밀어주면' 어떨까. 우 박사는 "<중앙일보>가 삼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그래도 <중앙일보> 방송에 삼성이 광고를 밀어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문화일보>가 원래 현대그룹이 가지고 있었던 언론사였어요. 현대가 <문화일보>에 광고를 많이 주니까 다른 언론들이 현대 그룹을 비판했어요. 결국 현대는 <문화일보>를 독립시키고 나머지 언론사들에게 광고를 골고루 주게 됐지요. 삼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는 모든 신문사에게 광고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걸 <중앙일보> 방송에 몰아주게 되면 삼성은 더 이상 한국의 언론을 장악하기 어렵게 될 겁니다."


한국 국민들에게 인터넷 기사 가치는 '0원'

한편, 우 박사는 한국의 언론이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 영역의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의 추세는 인터넷으로 흐르고 있지만 한국의 독자들은 인터넷 기사를 돈 내고 볼 의사가 없다"며 "언론을 제대로 지탱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기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년 전,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아이리스 치 교수는 인터넷 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지불의사를 조사해 논문으로 만들었다. <저널 오브 미디어 이코노믹스>에 '온라인 뉴스에 대한 최대지불의사'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이 논문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된 홍콩 시민 853명 중 78%가 '미래에 뉴스 사이트 이용을 위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우 박사는 지금 한국 독자들의 성향도 이 연구결과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인터넷 기사에 대한 지불 의사를 물어보면 돈을 내고 보겠다는 학생은 거의 없다"며 "종이신문이 인터넷으로 교체될 미래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국이나 일본은 사람 몸값이 전통적으로 쌉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배달을 시키는데, 유럽에서는 신문 배달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어요. 언론 역시 기본적으로 기자가 뉴스를 배달하는 활동입니다. (사람들은 지불의사가 없지만) 이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돈이 지불되어야 합니다."

사실상 현재 한국의 언론시장은 정부와 기업이 주는 광고에 대부분의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 우 박사는 "언론이 광고주와 결탁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 영역에서 '소셜 서포트(사회적 지지)'라는 형태로 비용의 일부를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을 사회적 지지의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오마이뉴스 '1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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